작성자 James Chae — 엑스퍼트 사피엔스 공동창업자
검토됨 10월 2026
법률 및 지식재산
불가항력 (Force Majeure)이란 무엇인가요?
정의
불가항력(不可抗力)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힘'이라는 뜻으로, 지진·태풍 같은 천재지변이나 전쟁처럼 외부에서 생겨 통상의 주의를 다해도 피할 수 없었던 사건을 말합니다. 법률에서는 이런 사건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당사자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근거로 쓰이며, 영어로는 Force Majeure(포스 마쥬어)라고 합니다.
한자로 풀면 아닐 불(不), 옳을 가(可), 막을 항(抗), 힘 력(力), 곧 '막아 낼 수 없는 힘'입니다. 일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넓은 뜻으로 쓰지만, 법률에서는 범위가 훨씬 좁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사건이 당사자 바깥에서 생겼을 것(외부성),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없었을 것, 통상의 주의를 다해도 피할 수 없었을 것, 그 사건 때문에 이행하지 못했을 것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됩니다. 지진, 태풍, 홍수, 전쟁, 감염병 대유행, 정부의 수출입 금지 조치가 대표적인 예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자금 사정이 나빠져 이행이 어려워지기만 한 경우는 불가항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 민법과 상법은 몇몇 조문에서 '불가항력'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 뜻을 정의하지는 않아, 무엇이 해당하는지는 해석에 맡겨져 있습니다. 대신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이 없더라도 채무자에게 잘못이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잘못이 없었다는 점은 채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돈을 갚을 의무(금전채무)는 불가항력을 내세워도 지연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397조 제2항이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행을 늦추고 있던 중에 사건이 생긴 경우에도, 제때 이행했어도 손해를 피할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책임이 남습니다(제392조). 또 쌍방 모두 책임 없는 사유로 한쪽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면, 그 의무를 지지 못한 쪽도 상대방에게 대가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제537조). 책임은 면하지만 대금은 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조항은 보통 해당 사건의 목록(천재지변, 전쟁, 테러, 감염병, 정부 조치, 파업 등), 통지 기한과 방법, 효과(이행 정지, 기한 연장, 일정 기간 이상 계속되면 해지)를 정합니다. 법원은 이런 조항을 좁게 해석하는 편이어서, 목록에 없거나 목록의 사건과 성격이 다른 사건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6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랐을 때도 법률가들은 전쟁이 불가항력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자동 면책은 아니며, 계약 조건과 통지 절차를 지켰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이 있습니다. 이행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바뀌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 중대한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한 해제·해지를 인정하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국제 물품매매에는 한국에서 2005년 3월 1일 발효한 유엔 국제물품매매협약(CISG)이 적용될 수 있으며, 제79조는 통제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한 불이행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합니다.
왜 중요한가
불가항력을 주장하려는 쪽이든 상대방의 주장에 맞서는 쪽이든, 결과는 계약서 문구, 준거법, 그리고 통지를 제때 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사건이 생기면 먼저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과 통지 기한을 확인하고, 사건과 이행 불능의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관청 공문, 기상 자료, 운송사 통지 등)를 남겨 두세요. 금액이 크거나 해외 거래라면 계약 분쟁을 다뤄 본 변호사에게 조항 해석과 통지 문안을 먼저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